
[대한경제=김민수 기자] 글로벌 AI(인공지능)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AI 인프라 구축이 속도전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초로 ‘MDC(모듈러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강원 춘천시 칠전동에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최근 춘천시에 건축허가 신청을 냈고, 이달 중 승인이 나면 다음달 중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은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처럼 빠른 건축이 가능한 데는 건축물의 80% 이상을 공장에서 제작한 후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는 ‘모듈러’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은 학교, 호텔, 주택 등의 국내외 모듈러 프로젝트 실적을 보유한 모듈러 전문기업 플랜엠과 손을 잡았다.
양사는 이미 충북 음성 플랜엠 공장에서 모듈러 데이터센터 목업(Mock-upㆍ실물 크기 모형) 제작을 마쳤고, 하반기 춘천에서 진행될 총 150모듈 규모의 모듈러 데이터센터 실증사업에 활용할 예정이다.
플랜엠은 이번 춘천 실증사업과 함께 도심형 고층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건축법에 부합하는 고층 구조체 개발도 추진 중이다. 또한 비수도권 300MW급 이상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고하중 대응 적층형 모듈러 구조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엣지부터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일반 데이터센터부터 고밀도 AI 데이터센터까지 사업 규모와 용도에 따른 카테고리별 최적화 구조체 대응 체계를 전방위로 갖춘 셈이다.
데이터센터 모듈러 공법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의 철근콘크리트(RC) 중심 건축 방식이 급변하는 데이터센터 인프라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력 확보와 인허가 문제로 인해 부지 확보 시점과 실제 데이터센터 가동 시점 사이의 간극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확보된 부지를 얼마나 빠르게 가동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됐다.
공장에서 설계ㆍ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방식은 RC 구조에 비해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MI(Global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모듈러 방식을 도입할 경우 시공기간을 분기 단위에서 개월 단위로 줄일 수 있다.
고도화되는 GPU(그래픽처리장치)와 냉각 방식의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유닛을 교체ㆍ증설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반도체 및 냉각 기술의 세대교체 주기는 짧아지는데, 고정형 구조물은 설비를 바꿀 때마다 건물 구조 자체를 손대야 하는 제약이 있다. 반면 모듈러 구조체는 설비 모듈과 구조 모듈을 분리 설계해 구조체 재시공 없이 설비 유닛만 교체하거나 증설할 수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랙당 전력밀도가 기존 10∼25㎾ 수준에서 수십㎾ 이상으로 급증하며 액침냉각ㆍ수냉식 등 중량물 설비 탑재가 일반화되는 추세다. 모듈러 구조체는 설계 단계부터 하중 조건을 표준화ㆍ검증된 구조 모듈로 대응하는 만큼 고하중 설비로 전환하더라도 뛰어난 구조적 안전성을 유지한다.
인허가와 자산 가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철골과 콘크리트로 구성된 모듈러 구조체는 임시 설비로 분류되는 컨테이너형 구조물과 달리 국내 건축법상 영구 건축물로 인허가를 받을 수 있다. 덕분에 데이터센터 운영과 매각에 필요한 장기 자산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플랜엠은 모듈러 데이터센터 공급자로 나서기 위해 지난 2024년부터 시장조사를 통해 인력 및 협력 기반을 꾸준히 구축해 왔다. 전체 인력의 65%가 모듈러 설계ㆍ제작ㆍ시공 전문가로 구성돼 있으며, 데이터센터 전담 인력의 25%는 해외 대학 출신을 중심으로 포진해 전문성을 높였다.
이민규 플랜엠 대표는 “단순히 모듈러 구조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변화하는 설비 요구에 맞춘 맞춤형 최적화 설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데이터센터 구조체 설계 역량을 전력ㆍ냉각 등 설비 영역과 통합해 발주처가 구조체와 설비를 개별 조달ㆍ검증해야 했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